“엄마, 새 단톡방이 생겼는데 나만 초대하지 않았대.” 아이가 이렇게 말하면 부모는 곧바로 학교폭력을 떠올리거나, 반대로 “친구 사이에는 그럴 수도 있지”라며 넘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두 반응 모두 조금 빠를 수 있습니다.
핵심부터 말하면, 단톡방에서 빠졌다는 사실 하나보다 그 앞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같은 행동이 반복되는지, 온라인의 일이 교실과 일상까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아이의 안전을 먼저 지키되 부모가 조사자처럼 결론을 정해 놓고 묻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번의 소외와 사이버 따돌림은 어떻게 다를까요?
2026년 6월 2일 시행 중인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학교 안팎에서 학생에게 신체·정신·재산상 피해를 일으키는 따돌림과 사이버폭력 등을 학교폭력에 포함합니다. 법에서 말하는 ‘따돌림’은 두 명 이상의 학생이 특정 학생에게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으로 신체적·심리적 공격을 가해 고통을 느끼게 하는 행위입니다. ‘사이버폭력’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따돌림뿐 아니라 학생에게 신체·정신·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더 넓게 포함합니다.
따라서 한 번 초대받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 사이버 따돌림이라고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행사 목적의 별도 방, 관계 변화, 일회성 다툼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단 한 번이라도 구체적인 협박, 성적 이미지 유포, 신상 공개처럼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면 반복될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됩니다. 최종 판단은 전체 사실관계와 공식 절차를 통해 이뤄져야 합니다.
부모가 먼저 확인할 5가지
1. 단톡방이 생기기 전과 후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왜 너만 뺐대?”보다 “그 전날부터 오늘까지 어떤 일이 있었어?”라고 물어보세요. 원래 방을 없앤 뒤 아이만 제외하고 다시 만들었는지, 특정 과제를 위한 소수 방인지, 오프라인 다툼 뒤에 생긴 방인지에 따라 맥락이 달라집니다.
2. 한 번의 사건인가요, 여러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나요?
새 방을 반복해서 만들기, 초대한 뒤 집단으로 내보내기, 아이가 들어오면 모두 나가기, 여러 계정에서 조롱하기처럼 형태를 바꿔 계속되는지 날짜별로 봅니다. 같은 문장이 반복되지 않아도 하나의 배제 흐름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3. 제외 외에 조롱·압박·유포가 함께 있었나요?
아이에 관한 험담이나 허위사실, 모욕적인 별명, 사진·영상 공유, 돈이나 물건 요구, “말하면 더 괴롭히겠다”는 위협이 있었는지 확인합니다. 온라인 행동이 교실에서 자리 피하기, 놀리기, 물건 숨기기로 연결되는지도 살펴보세요.
4. 아이에게 거절하거나 벗어날 실제 선택권이 있었나요?
같은 반 대부분이 참여해 나가기가 어렵거나, 인기·정보·과제 수행을 특정 방이 독점하거나, 문제를 말한 뒤 보복이 예상된다면 힘의 차이가 커집니다. 힘의 불균형은 국내 법 조문의 별도 필수요건은 아니지만, 아이의 위험과 필요한 보호 수준을 판단하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5. 아이의 일상과 안전이 달라졌나요?
알림이 울릴 때 과도하게 놀라거나 휴대전화를 숨기고, 수면·식사·등교·집중이 흔들리거나 두통과 복통이 반복되는지 봅니다. 친구 관계가 줄었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아이의 기능과 안전에 실제 손상이 생기는지가 중요합니다.

증거는 ‘많이’보다 ‘맥락이 보이게’ 보존하세요
- 대화방 이름, 참여자, 계정명, 날짜와 시간이 보이도록 전체 화면을 저장합니다.
- 문제 문장만 자르지 말고 앞뒤 대화와 초대·퇴장 기록을 함께 남깁니다.
- 날짜, 플랫폼, 일어난 일, 목격자, 아이의 반응을 한 줄씩 시간순으로 기록합니다.
- 원본은 편집하지 않고 보호자만 접근할 수 있는 안전한 곳에 사본을 보관합니다.
- 증거를 남긴 뒤에는 플랫폼 신고·차단 기능을 사용하되, 증거 때문에 아이를 위험한 방에 다시 들어가게 하지 않습니다.
성적 사진·영상이나 딥페이크가 관련됐다면 내려받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지 말고 즉시 112 또는 117에 상담하세요. 삭제와 신고에 필요한 보존 방법도 담당기관의 안내를 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학교에는 이 순서로 연락하세요
- 오늘의 안전부터 확인합니다. 등교·하교 중 직접적인 위협이 있는지, 아이를 혼자 두어도 되는 상태인지 봅니다.
- 사실을 한 장으로 정리합니다. 추측이나 상대 평가보다 날짜, 말과 행동, 보유 자료, 생활 변화, 원하는 보호 조치를 적습니다.
- 담임 또는 학교폭력 담당교사에게 서면으로 전달합니다. 접수 여부와 다음 절차, 학교 안에서의 접촉·보복 방지 방안을 확인합니다.
- 아이를 갑자기 대면시키지 말아 달라고 요청합니다. 사실 확인 전 강제 사과나 화해 자리는 안전감과 진술을 해칠 수 있습니다.
- 학교 밖 지원도 함께 씁니다. 학교폭력 신고·상담은 117, 긴급한 신체 위험은 112, 불안·우울 등 위기상담은 청소년상담 1388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 제20조는 학교폭력을 알게 된 사람의 신고와 관계기관의 통보 절차를 규정합니다. 학교 연락은 상대 아이를 처벌하라는 결론을 먼저 내리는 일이 아니라,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리고 학생의 안전을 확보하는 시작입니다.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보세요
“말해줘서 고마워. 바로 휴대전화를 뺏거나 너를 혼내지 않을게.”
“지금은 내가 그냥 듣는 것, 화면을 같이 정리하는 것, 학교에 알리는 것 중 무엇이 먼저 필요해?”
“단톡방에서 빠진 장면 앞뒤를 천천히 보자. 네가 혼자 증명할 필요는 없어.”
“오늘 직접 만나겠다는 위협이나, 다칠 것 같은 걱정은 있어?”
“안전을 위해 어른에게 꼭 알려야 하는 내용이 있으면 먼저 설명하고 함께 움직일게.”
StopBullying.gov도 아이가 수치심이나 혼날까 봐 말하지 못할 수 있으므로, 부모가 침착하게 열린 질문을 하고 아이가 원하는 도움을 묻도록 권합니다. “누가 가해자야?”라고 시작하면 아이는 정확히 기억하기보다 부모가 원하는 답을 찾으려 할 수 있습니다.
지창훈의 실전 사회성 관점: 다시 끼는 것보다 선택권을 되찾는 일
실전 사회성은 어떤 집단에서도 참으며 받아들여지는 능력이 아닙니다. 장면을 읽고, 불편함을 알아차리고, 안전한 선택을 하며, 필요할 때 팀과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힘입니다.
안전이 확보된 뒤에는 멈춤–보기–예측–선택–되감기로 한 장면씩 연습할 수 있습니다. “새 방이 어떤 용도인지 믿을 만한 친구 한 명에게 따로 물어보기”, “불편한 메시지에는 대응하지 않고 캡처 뒤 나가기”, “도움을 요청할 어른 두 명 정하기”처럼 선택지를 구체화합니다. 목표는 아이를 원래 단톡방에 억지로 복귀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안전한 관계를 구별하고 자신의 다음 행동을 선택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지금 바로 외부 도움을 받아야 하는 신호
- 해칠 장소·시간·방법이 포함된 구체적인 위협
- 스토킹, 신상·주소 공개, 금품 요구, 계정 탈취
- 성적 사진·영상, 불법촬영물 또는 딥페이크의 제작·유포·협박
- 오프라인 폭행이나 집단 대면을 예고하는 메시지
- 아이가 죽고 싶다거나 자신을 해치겠다고 말하거나, 현재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
즉각적인 위험에는 112에 신고하고 아이를 혼자 두지 마세요. 학교폭력 신고·상담은 117, 청소년과 보호자의 24시간 상담은 1388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부모가 피해야 할 행동
상대 학생의 이름과 캡처를 SNS·지역 카페·학부모 단톡방에 공개하거나, 다른 아이들을 모아 맞대응하게 하지 마세요. 증거가 다시 퍼지고 아이가 원치 않는 방식으로 신상이 드러나며 갈등이 커질 수 있습니다. 상대 부모에게 먼저 따지거나 단체방에서 공개 사과를 요구하기보다, 기록을 보존해 학교와 관계기관의 절차를 이용하세요.
함께 읽으면 좋은 글
- 경계선 지능 중학생이 친구 부탁을 거절하지 못할 때|또래 압력 안전수칙
- 친구 관계에서 장난·비꼼·거절 신호 읽기
- 실전 사회성 훈련 가이드
- 학교폭력을 말하지 않는 아이와 부모의 첫 24시간
출처·참고자료
- 국가법령정보센터, 학교폭력예방법 제2조 정의 (시행 2026. 6. 2.)
- 국가법령정보센터, 학교폭력예방법 제20조 신고의무
- 교육부, 2026년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
- 경찰청 안전Dream, 학교폭력 유형과 신고 안내
- StopBullying.gov, 사이버폭력 증거 보존·신고
- StopBullying.gov, 부모를 위한 디지털 안전 가이드
이 글은 2026년 8월 27일 기준의 일반적인 교육·안전 정보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판단이나 진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위험 수준과 학교·지역의 절차에 따라 학교, 교육지원청, 경찰 또는 자격 있는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세요.
글쓴이
지창훈 — 심리·사회성·발달재활 전문센터 ‘참사람발달치유센터’ 센터장, 임상 15년차
Instagram @arttherapist_ji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