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내용 안내
이 글에는 2026년 7월 2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497회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방송에 등장한 주장과 분석을 소개하지만, 실제 운전자나 위증 여부를 이 글이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재심 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확인된 사실, 방송이 제기한 의문, 심리학적 설명을 구분해 살펴봅니다.
2003년 9월, 포천의 한 시골길에서 승용차가 전신주를 들이받았습니다. 한 사람은 다음 날 숨졌고, 다른 한 사람은 넉 달 만에 의식을 되찾았습니다. 그런데 누가 운전석에 있었는지를 두고 구조대원과 경찰의 진술, 목격자들의 기억, 119 구급활동일지와 의료기록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2026년 7월 25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 1497회 ‘위증 vs 위증―뒤바뀐 운명과 마지막 유언’은 이 충돌을 23년 뒤 다시 추적했습니다. 방송에 따르면 이수재 씨는 운전자로 지목돼 유죄 판결을 받았고, 그가 조수석에 있었다고 증언한 두 목격자도 위증죄로 처벌받았습니다. 그러나 방송은 119 기록과 의료기록의 불일치, 부상 양상을 검토한 전문가 분석과 사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존 결론에 다시 질문을 던졌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살펴볼 질문은 “누가 거짓말했는가?”보다 한 단계 앞에 있습니다.
사람은 어떻게 자신이 보았다고 믿는 장면을 만들고, 조직은 어떻게 하나의 초기 판단을 ‘확정된 사실’로 굳혀갈까요?
먼저 구분해야 할 세 가지
- 법적 사실: 법원과 수사기관의 공식 판단 및 현재 진행 중인 재심 절차
- 방송의 문제 제기: 기록의 불일치, 전문가 검토, 시뮬레이션이 제시한 가능성
- 심리학적 설명: 기억과 판단이 흔들릴 수 있는 일반적인 인간·조직의 메커니즘
심리학은 특정 인물이 의도적으로 위증했는지 판정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다만 선의의 사람도 틀릴 수 있고, 성실한 조직도 한 번의 가설에 갇힐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1. 기억은 저장된 영상을 재생하는 일이 아니다
우리는 “직접 봤다”는 말을 강한 증거로 느낍니다. 하지만 기억은 카메라처럼 사건을 완전한 형태로 저장하지 않습니다. 당시의 주의, 시야, 충격, 시간의 경과와 이후에 들은 정보가 회상할 때 함께 섞입니다.
인지심리학에서는 이를 재구성 기억이라고 설명합니다. 사람은 거짓말할 의도가 없어도 자신이 본 조각, 다른 사람에게 들은 설명, 이후에 읽은 기록을 하나의 자연스러운 이야기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이야기의 출처가 흐려지면, 나중에 들은 내용이 처음부터 직접 본 기억처럼 느껴지는 출처 감시 오류도 생길 수 있습니다.
2024년 발표된 목격자 기억과 오정보 효과에 관한 체계적 문헌고찰은 추론 능력이나 기억 능력이 오정보에 대한 취약성을 줄일 수는 있지만, 어떤 특성도 사람을 완전히 면역 상태로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고 정리했습니다. 기억력이 좋은 사람도 오염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진술이 서로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한쪽을 즉시 거짓말로 규정해서는 안 됩니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 최초 진술은 사고 후 얼마나 빨리 기록됐는가?
- 목격자들은 진술 전에 서로 이야기를 나눴는가?
- 질문에 특정한 답을 암시하는 표현이 들어갔는가?
- 처음의 기억과 나중에 추가된 정보를 구분할 자료가 남아 있는가?
2. 반복된 기억은 더 정확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 단단해질 수도 있다
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하면 기억이 선명해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선명함과 정확성은 같은 것이 아닙니다.
한 번 만들어진 설명을 반복해서 말할수록 사람은 그 설명을 더 쉽게 떠올립니다. 쉽게 떠오르는 생각은 사실처럼 느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기에 주변 사람이 “맞다”, “그게 분명하다”고 반응하면 기억 내용뿐 아니라 자신감도 커질 수 있습니다.
미국 국립과학원은 목격자 식별 연구를 검토한 보고서에서 사람의 지각·기억·확신은 변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목격자가 처음 판단한 순간의 확신 정도를 그 말 그대로 기록해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시간이 흐른 뒤 법정에서 표현되는 강한 확신은 수사기관의 반응, 언론 보도와 반복 회상의 영향을 받았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확신하는 사람을 믿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확신이 언제, 어떤 정보 환경에서 만들어졌는지를 함께 보라는 뜻입니다.
3. 한 번 붙은 이름표는 다음 증거를 끌어당긴다
방송에서 가장 중요하게 볼 지점은 개인의 기억만이 아닙니다. 사고 직후 누군가를 ‘운전자’로 분류한 최초 판단이 이후의 구급 기록, 의료기록, 수사와 재판에서 어떻게 다뤄졌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인간은 처음 세운 가설과 일치하는 정보를 더 쉽게 찾고, 반대되는 정보에는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확증편향을 보입니다. 형사사법 영역에서는 이것이 수사 터널비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가상의 범죄 수사를 다룬 실험 연구에서도 참가자들은 처음 세운 혐의 가설에 따라 유죄 방향의 조사 항목을 더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고, 이러한 선택은 유죄 판단과 연결됐습니다. 문제는 한 개인의 편향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초기 보고서가 다음 담당자에게 전달되고, 그 보고서를 기준으로 새로운 질문이 만들어지며, 후속 기록이 앞선 판단을 다시 인용하면 여러 문서가 서로 독립된 증거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초기 가설이 여러 기록에 복제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4. 목격자끼리도 서로의 기억을 바꿀 수 있다
사건을 함께 본 사람들이 사고 후 대화를 나누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문제는 그 대화가 기억의 독립성을 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억 동조’ 연구에서는 다른 목격자가 제공한 사건 이후 정보가 개인의 기억 보고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이 반복해서 관찰됐습니다. 이때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맞추기 위해 알고도 거짓말할 수도 있지만, 상대의 설명이 더 정확하다고 판단하거나 그 정보가 자신의 원래 기억에 섞여 진심으로 그렇게 기억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명이 같은 말을 한다는 사실만으로 정확성이 자동으로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다음 질문이 더 중요합니다.
- 각 진술은 서로 접촉하기 전에 독립적으로 작성됐는가?
- 표현과 오류가 지나치게 비슷하지는 않은가?
- 최초 기록과 후속 진술 사이에서 세부 내용이 어떻게 달라졌는가?
5. 그렇다면 문서는 기억보다 항상 정확할까?
그렇지 않습니다. 기억이 불완전하다고 해서 기록이 자동으로 완전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기록 역시 사람이 작성합니다. 긴급한 현장에서는 이름을 잘못 연결하거나, 다른 사람이 전한 정보를 직접 확인한 사실처럼 적거나, 후속 문서가 앞선 오류를 그대로 옮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말이냐 문서냐”의 대결이 아니라 증거가 만들어진 시간과 독립성, 원본성입니다.
이 사건을 읽을 때도 단순히 어느 한 문서만 고르는 대신 다음의 연결고리를 확인해야 합니다.
- 기록이 작성된 정확한 시간
- 작성자가 직접 관찰한 범위
- 이름과 신원이 연결된 과정
- 원본이 수정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이력
- 다른 기관의 기록과 시간상 양립 가능한지
- 부상 양상과 차량 구조 같은 물리적 증거와 맞는지
방송은 의료기록의 상태 표현이 서로 다르고, 사고 시뮬레이션과 전문가의 부상 분석이 기존 판단과 다른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이것은 방송이 제시한 분석이며, 법적 결론은 재심 절차에서 증거능력과 반대 증거를 함께 검토해 판단할 문제입니다.
6. 진실에 가까워지기 위해 필요한 절차
개인의 기억력을 탓하는 것만으로는 같은 오류를 막을 수 없습니다. 사람의 한계를 전제로 절차를 설계해야 합니다.
최초 진술을 가능한 한 빨리, 독립적으로 보존하기
다른 목격자와 상의하기 전에 자유회상 방식으로 각자가 본 내용을 기록합니다. 모르는 부분에는 추측을 채우지 않고 “기억나지 않는다”고 남길 수 있어야 합니다.
관찰과 해석을 분리하기
“그 사람이 운전자였다”는 결론보다 “어느 문으로 누구를 꺼냈고 어떤 옷을 입었는지 보았다”처럼 관찰 가능한 단위를 먼저 적습니다.
반대 가설을 검토하는 담당자를 두기
처음 사건을 맡은 사람과 별개로, 기존 결론이 틀렸다고 가정하고 기록을 재검토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이는 수사관을 불신하는 장치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확증편향을 줄이는 안전장치입니다.
원본과 수정 이력을 남기기
구급일지, 의료기록과 현장 메모는 최초 버전과 수정 이유가 함께 보존돼야 합니다. 후속 정리본만 남으면 오류가 어느 단계에서 발생했는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확신보다 검증 가능성을 높이기
“누가 더 단호하게 말하는가”보다 시간표, 차량 구조, 부상 양상, 원본 기록처럼 서로 독립적으로 확인 가능한 증거를 우선해야 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억 점검표’
교통사고나 갈등을 목격했다면 다음 여섯 가지를 기억해둘 수 있습니다.
- 본 것과 추측한 것을 나누어 적습니다.
- 가능한 한 빨리 자신의 말로 기록합니다.
- 다른 목격자의 설명을 듣기 전에 먼저 기록합니다.
- 색깔·거리·시간이 확실하지 않다면 불확실하다고 표시합니다.
- 질문자가 제시한 표현을 그대로 자신의 기억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 기억이 바뀌었다면 숨기지 말고 언제 어떤 정보를 접한 뒤 바뀌었는지 설명합니다.
이 점검표는 진술을 완벽하게 만드는 방법이 아닙니다. 기억이 오염될 가능성을 줄이고, 나중에 기억의 형성 과정을 검토할 단서를 남기는 방법입니다.
결국 이 사건이 우리에게 묻는 것
「그것이 알고 싶다」 1497회가 남긴 가장 무거운 질문은 단지 운전석에 누가 있었느냐에 머물지 않습니다.
한 사회는 이미 내려진 결론을 얼마나 다시 의심할 수 있는가.
사람의 기억은 흔들릴 수 있습니다. 기록도 틀릴 수 있습니다. 전문가와 기관도 확증편향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실은 가장 강한 확신을 가진 사람의 편에 있기보다, 틀릴 가능성을 인정하고 원본을 보존하며 반대 증거를 다시 살피는 절차에 더 가까이 있을지 모릅니다.
재심은 과거를 지우는 일이 아닙니다. 과거의 판단이 만들어진 과정을 다시 검증하는 일입니다. 이번 방송을 보며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도 누군가를 서둘러 거짓말쟁이로 지목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언제 기록됐고 서로 독립적인 증거가 실제로 몇 개인지 끝까지 묻는 것일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그것이 알고 싶다 최신 회차는 무엇인가요?
2026년 7월 25일 방송된 1497회 ‘위증 vs 위증―뒤바뀐 운명과 마지막 유언’입니다. 2003년 포천 교통사고에서 운전자와 동승자가 뒤바뀌었다는 의혹과 목격자 위증 판결, 재심 청구를 다뤘습니다.
목격자가 자신 있게 말하면 정확한가요?
확신은 참고할 정보이지만 그 자체로 정확성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특히 사건 직후 최초 판단과 달리, 시간이 흐른 뒤 반복 회상과 주변 피드백을 거쳐 커진 확신은 신중하게 평가해야 합니다.
기억이 다르면 누군가는 반드시 거짓말하는 건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주의의 차이, 시간의 경과, 이후에 들은 정보, 다른 목격자와의 대화 때문에 선의의 사람들도 같은 장면을 다르게 기억할 수 있습니다. 의도적 위증 여부는 기억의 차이만으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참고 자료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497회 공식 회차 소개
- SBS 뉴스 방송 후 정리: 그날 운전자는 누구였나
- 미국 국립과학원, Identifying the Culprit: Assessing Eyewitness Identification
- National Institute of Justice, Eyewitness Evidence: A Trainer’s Manual for Law Enforcement
- Brassil·O’Mahony·Greene, 목격자 기억의 오정보 효과 체계적 문헌고찰
- Wright·Self·Justice, 목격자 사이의 기억 동조 연구
- Rassin 외, 형사수사에서의 확증편향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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